여기서 안채의 북쪽으로 꺾이면서 2칸짜리 광이 있어 안채의 큰 부엌간과 이 어진다. 안채는 서쪽 모서리에 큰 부엌을 넉넉하게 잡아두고 그 오른쪽으로 정면 3칸, 측면 1칸 방의 안방과 전후면에 반칸 폭의 퇴를달아 두었으며, 안방 오른쪽에는 정면 2칸, 측면 1칸의 넓은 대청을 만들었다. 안채의 대청 은 안방과 건넌방을 이에 주는데 건넌방은 1칸보다 조금 크게 꾸며졌다.

건넌방 뒤쪽으로는 마구가 있어 사랑채와 연결된다. 사랑채는 이렇게 안방에 서 버선발로 통할 수 있고,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마당건너 맞은편 정면에 자 리 잡고 있으므로, 마당을 가로질러 높은 처마를 오르면 사랑채에 이를 수 있다. 사랑채는 정면 7칸, 측면 2칸으로서 모두 10칸의 규모이다. 왼쪽 1칸 은 안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왼쪽에 안채와 이 어서 1칸 크기의 방 2개를 남북으로 늘어 놓고 그 오른쪽에 2칸 크기의 큰 사랑을 두어서 6칸 크기의 대청과 붙여서 배치해 두었다.

6칸 대청은 일반적으로 최대 규모의 대청으로 인정된다. 대청에는 앙진당이 란 현판이 길려 있다. 이 현판은 겸암의 6대손인 류영(柳泳) 때 걸었다. 그 의 호가 양진당이기 때문에 종가의 당호(堂號)로 삼았던 것이다.

양진당의 건축 양식을 보면 사랑채와 안채의 기단(基壇) 양식이 조금 다르다 . 사랑채의 기단은 막돌을 사용하여 바른층쌓기에 가깝게 쌓은 데 비하여, 안채는 막돌을 사용했으되 허튼층쌓기 방식을 택했다. 사랑채의 규범성과 안 채의 융통성이 기단 양식에서 드러나는 셈이다.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사랑채의 기단이 썩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청에 오르면 다섯 단 높이의 돌계단을 올라야 한다. 종택의 사랑채가 지닌 품격을 그 우뚝한 높이와 대청 의 규모를 통해서 고스란히 발휘하는 듯하다. 행랑채의 기단은 상대적으로 훨씬 낮다. 측면에서 보면 지붕이든 기단이든 앞쪽은 낮고 뒤쪽은 높게 되어 있다.

안채는 막돌로 초석을 놓고 사랑채의 두리기등과 달리 모기등을 세웠다. 그 러나 전면 네 개의 기둥은 역시 두리기등이다. 안방 전면에는 기둥에다가 장대로 시렁을 만들어 얹어서 손님 접대용 상과 광주리 등을 올려 둘 수 있 도록 했다. 이러한 실용성에도 불구하고 양진당은 일반적으로 실용성이 떨어 진다고 한다. 그것은 고려시대의 건축 양식을 모방한 것으로서 건축 연대가 상대적으로 오랜 까닭이다. 당시의 집은 실용성보다 관습성이 존중되었던 것 이다. 실용성보다 종택의 권위를 중요시한 양진당은 하회의 집들 가운데 최 고의 집이자, 큰종택으로서 면모를 과시하는 데 조금도 손색이 없다. 현재 보 물 30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사랑채의 대청은 학술 및 문화 단체들의 모임 공간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양진당에는 특이하게도 사당이 두 채 있다. 류중영과 류운룡을 불천위로 모시는데, 부자를 한 사당에 모실 수 없다 하여 류운 룡을 별묘로 모셨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