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기도 수원
제목: 화성(수원성) 축성비 이야기

정조는 수시로 현융원에 행차하여 비명에 가신 아버지의 묘소에 친히 엎드려 땅을 치며 통곡하였다. 수원으로 천도까지 계획한 나머지, 규모는 비록 다를망정, 왕성 못지 않게 쌓은 거대하고 광범위한 축성공사를 불과 3년미만에 완성을 보게 되었다.당시 축성의 책임을 맡고 있던 분의 계교로 축성재전을 절약했다는 이야기다.성을 쌓을 성터에는 그 둘레에다가 돌아가며 줄을 쳐 놓고 누구를 막론하고 왕래를 못하게 하였다.그리고 이를 어길 때에는 모두 벌하도록 하였고, 사대문 자리로만 출입케 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성 쌓을 자리에서부터 성 전체를 신성시(神聖視)해서 부정(不淨)하게 드나들지 못하게 한 까닭이었다.그래서 지정된 동,서,남,북의 사방 문으로만 출입을 하게 되었는데 문 밖 길가에는 미리 계획한대로, 주막을 차려 놓았다.주막에서는 음식을 팔기도 하며 어여쁘고 젊은 여자들로 하여금 술을 팔기도 하였다.그리고 문 밖 길가에는 제법 시장이 서 있었다.그 저자에는 성 쌓는 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 원근간에 술 마시러 오는 사람들, 또는 성역(城役)꾼 만나러 온 사람들로 왕래가 빈번하게 되니, 매일같이 성시를 이루었다.그 곳에서 성역에 종사하는 사람만 해도 상당 수에 이르렀는데, 이들은 팔도 곳곳에서 뽑혀서 온 기술자나 노동자들이었다.성역꾼들은 지정된 시기에 성역을 마쳐야 하는 것이니, 하루하루가 고되고 힘이 들었다.

성역꾼들이 일을 마치고 문 밖을 나설 때면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넘어 가고, 거기다가 시장기까지 겹치는 것이었다.그래서 성역꾼들은 주막에서 어여뿐 색시들이 손짓하는 주막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더우기 성역꾼들은 오래도록 객지에서 지내느라 고향 생각이 간절하고 울적한 기분도 풀겸 으례 주막에 들리곤 하였다. 이렇듯 성문앞에 주막을 차려 놓은것은 성역비를 절감하기 위한 계교였던 것이다.즉, 술장사 물장사란 말처럼 본전 빼고도 꽤 이익이 남기 때문에 이 주막을 통해 인부들의 품삯을 거두어 들여 또 다시 역사하는 품삯으로 나가게 되니, 곧 매일 품삯을 주어야 그 돈이 그 돈이었다.이리하여 8천냥 돈으로 성을 쌓고 정각을 모두 지었다는 이야기다.